카르마: 업보. 전생에서 저지른 행동으로 인하여 현세에서 받게 되는 응보


저와 아내는 어떤 결혼상담소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용하는 분들의 생각은 다양하겠지만, 저는 단순히 35살이 지난 독신으로 삶에 고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이혼했고 제가 성인이 되자 각자 재혼했습니다.

돌아갈 집도 없어서 어떤 계기로든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상담소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는 저 자신에게 전혀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학력도 그렇지만, 당시 가장 자신이 없었던 것이 직장이었어요.
고향에 본사가 있는 어떤 업체의 매장 판매원을 희망해서 지원했지만, 도쿄로 발령받았습니다.

정규직이지만, 특기와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솔직히 언제 그만두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또 도쿄에서 취직했는데, 이쪽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매우 외로운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휴일에는 경마와 파칭코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저축은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이런 상태로 결혼상담소에 소개되면, 여성분들에게 무시를 받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계시는 많은 여성분의 눈은 매우 정확해서 (스스로 말하는 것도 한심하네요)
저에게 만남을 요청하는 여성분의 데이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요청이 들어와도 실제로 만나기 전에 상담소에서 거절의 통지가 날라왔습니다.
물론 제가 만남을 요청한 여성분들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 한 사람이 나중의 제 아내입니다. 


아내는 저보다 나은 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안 계시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결점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봐도 아무런 특징이 없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는 없지만, 지극히 온후하고 오히려 가정적인 인상의 여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에게 아무런 나쁜 인상은 없었습니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아내도 아마 절 거절할 것으로 생각해서 적극적인 대화도 하지 않고 그날은 참으로 담담하게 헤어졌어요. 
그런데 며칠 후, 결혼상담소에서 그녀가 다시 만남을 희망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기쁜 마음은 물론 있었지만, 동시에 당황했습니다.

왜 나 같은 사람에게? 저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몇 사람을 저울질 하는 건가? 아니면 사기나 다른 목적으로?
아니, 내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확실히 사기는 아니겠지.

그런 혼자만의 생각으로 저 자신을 부정했지만, 마음은 이미 끌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몇 차례 만난 후에 그녀는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저는 친구도 없고 이런 것에 흥미도 없네요. 당신만 괜찮다면, 결혼식은 안 올려도 될까요?

아니면 일단 어머니에게 인사라도 드릴래요?"

이런 말을 여자 쪽에서 먼저 말하게 하다니. 한심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의 비판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만나면서 결혼에 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가진 것도 아니라서

저는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당황했어요.

그녀는 그런 뉘앙스를 마구 풍기고 있었는데 저는 전혀 몰랐다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솔직히 지금까지의 만남은 극히 표면적인 느낌으로 좋은 분위기가 된 기억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도 마치 무슨 상담을 받는 느낌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래도 애초에 결혼을 생각하고 만남을 가진 저였습니다.

그녀에게 먼저 결혼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을 사과하고

다음 휴일에 당장 그녀의 집으로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녀의 어머니(현재의 장모)도 아내처럼 매우 온화한 인상을 한 분이었습니다.
저에게 인사를 받은 뒤에 "딸을 부탁합니다"라고 말씀하실 때, 저는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혼인 신고를 하고 제가 살던 맨션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라고 해도 원룸식이었고 게다가 전세였습니다.

알게 모르게 단순히 동거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내는 전혀 불만스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결혼 생활은 유지 되었고 저는 계속해서 제가 다니던 곳으로 출근했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대로 직장에서 인원 감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상사에게 불려가서 해고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 말고도 몇 명 있었습니다.

다음 직장을 구할 때까지 다녀도 좋다는 조건이었지만, 저는 절망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아내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평일에 쉬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아내가 출근하면

몰래 구인 잡지를 보거나 직업소개소에 드나들거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아내가 저녁 식사 후에, 갑자기 말을 꺼냈습니다.
"일하기 힘드시죠. 만약 아이가 태어나면 당신이 평일에 쉬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저도 외롭네요.

그래서 사무소의 구인광고를 봤는데, 이런 곳에 근무하면 저도 안심될 거 같아요..."
그리고 아내는 구인 광고를 내밀었습니다. 교과서 관련 편집 사무소였습니다.

내가 구인 잡지를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한 번 읽어 봤지만, 나이 제한도 빠듯하고 제 분야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컴퓨터는 취미로 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이지 실무적인 능력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 취직이 가능할 리 없다는 게, 그때의 제 기분이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입사가 불가능한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어리석은 자존심을 상처 입지 않게 우회적으로 이야기해준 아내의 마음을 이해했고
무엇보다 저 자신이 다급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대로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추천한 그 회사에 이력서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제가 스스로 지원한 회사는 모두 거절당했고

아내가 추천한 회사만이 저를 잡아 준 것입니다. 아내는 아주 기뻐했습니다.

저는 전문 분야가 아닌 업무를 커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직장 동료들도 지금까지 제가 접한 적이 없는 개성적이고 재미있는 사람뿐이었습니다.

업무적인 부분도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지원한 건 아닙니다만,
뜻밖에도 흥미로웠고 충실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이제는 괜찮겠지라는 마음에

당시의 상사에게 왜 그때 저를 채용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답은 간단했습니다. "지원한 사람이 너뿐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지금 만큼은 아니지만,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었고
저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유능한 인재들도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타이밍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저에게는 (아마 상사에게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지만, 이 일 이외에도 아내의 도움으로 우리 가족이 재난을 극복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부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저도 이런 제가 신기했습니다. 이런 느낌은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어머니 (재혼은 했지만, 가끔 얼굴을 뵈러 갑니다.)는 어쩌다 갑자기

"너, 며느리랑 함께 뭐라도 했니? 옛날의 너와는 다르구나."라고 가끔 말했습니다.

우리는 일남 일녀를 낳았습니다.

일 탓도 있겠지만, 원래 게으름뱅이라서 아내와의 즐거운 추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아내에게 일체의 불평도 듣지 않았고 육아도 모두 아내에게 맡겼습니다.
아이들은 어긋나는 일 없이 둘 다 남들만큼 자랐습니다.
딸은 올해 사회인이 되었고 아들은 대학에 재학 중입니다.


이런 시기에 아내가 집에서 쓰러졌습니다.
귀가한 아들이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제가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는 엄청난 튜브에 연결되어 얼굴이 빨갛게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결국, 한 번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후의 여러 잡일은 생략하겠습니다.


아내가 떠난 후, 한 달인가? 두 달 인가...

딸이 아내의 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쪽지를 하나 찾아냈어요.
딸은 이미 읽은 상태였습니다.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눈으로 저에게 쪽지를 내밀었습니다.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몇 번이나 할머니에게서 들었어.
나도 엄마의 도움으로 여러 가지 신기한 일이 있었어.
아빠.. 쪽지 읽어 보는 게 좋을 거야.
이 쪽지가 엄마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나는 자신의 카르마를 자각했다."

"나는 현세를 방황하며 나의 파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나는 드디어 나의 조각을 발견했다. 아마 그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를 설득했다. 울면서 반대했지만, 아버지도 이해해주셨으리라.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알아주고 있다."

"나의 결핍을 보완하면서 나는 지금의 그를 도와야 한다. 그럼으로써 나에게 나의 조각이 돌아온다."

"이 사람의 인생을 평범하게 보내게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현세는 응보의 세상이다."

평소의 아내와는 거의 동떨어진 느낌의 문장에 한동안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떠오르는 것을 쪽지에 적었던 것일까. 그렇게도 생각했습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다시 읽고 나서야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나는 전생에 큰 죄를 지어 현세에서는 완전한 모습으로 태어나지 못했다.
현세는 그 응보의 업으로 태어난 것이다. 나는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

나의 영혼 일부가 더 불완전하게 태어났고 그것을 찾아내어 모든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것은 나의 남편이 되는 것이고, 나는 이승에서 그것을 도와야 한다.

현세에서는 허용되는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것을 포함한 완전한 형태로 태어나고 싶다.

나의 영혼의 일부가 나의 전생의 업보로 인한 죄가 미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죄가 씻겨 나갈지는 미지수다."


제가 이 쪽지에서 받은 인상은 "기막히다." "바보 같다." "불쌍하다." "화가 난다." 이런 감정이 생겨서 아내를

다른 인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구나." 하고 간단히 동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없는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그 자체로 저 자신이 아내였던 것 같아요.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저 단순히 연약한 남편의 변명이겠지요.

확실히 그런 면도 있겠죠. 아내와의 첫 만남과 이직하기까지의 일들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어느새 아내가 정해주는 방향으로 향해가던 저의 지난 생애를 생각해보니 쪽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저를 남자로서 사랑한 적은 아마도 한 번도 없었을 겁니다.
저도 여자로서 아내를 열렬히 사랑했는지 물으신다면 말문이 막히는 것이 사실이네요.
하지만 결코 사이가 냉랭한 것은 아니었고 서로가 다투거나 싸웠던 일도 없었습니다.
아내는 저를 끌고 가려고 한 것 아니라 오히려 저를 가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결코,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평범한 인생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현세에서 카르마를 지고 태어난다." 이 말은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업보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가 왜 이런 생각에 이르렀는지 전혀 모릅니다. 자칫하면 미치광이의 헛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에게 주어진 카르마라는 것임을 말이죠.

그리고 앞으로 남은 삶을 생각하면, 아내의 못다 이룬 업보를 도저히 풀어낼 자신이 없습니다.

현세의 카르마,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채로 다음 생애로 이어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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